앱을 만들며 읽어 보는 <유저 프렌들리> — Part 2

들어가며

💡 이전 글: 앱을 만들며 읽어 보는 <유저 프렌들리> — Part 1

6장. 공감의 도구화

이 장은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 개인의 감이 아니라, 체계적인 방법론으로 발전해 온 과정을 다룬다. (제목이 핵심을 제대로 담고 있음)

고정관념을 깨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앞을 보지 못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우리의 문화적 환경, 둘째, 우리의 동료들, 셋째, 우리의 행동과 관점・말투・주변을 대하는 태도에 스민 규범 때문이다. (p.213)

인상 깊었던 아널드의 과제. 학생들에게 “메타니아족”이라는 가상의 외계 종족을 설정하고, 그들을 위한 제품을 디자인하라고 했다. 메타니아족은 인간과 신체 구조도, 감각도, 문화도 완전히 다르다. 이 과제의 핵심은 디자이너가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럴 것”이라는 전제를 통째로 벗겨내는 것이다.

앱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와 비슷한 나이, 생활 패턴, 요구사항을 위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는 전혀 다를 수 있다. 메타니아족 과제처럼, “내가 아는 사용자”를 한번 완전히 지우고 시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걸 모른다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헨리 포드도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았다면, 더 빠른 말을 달라고 했을 것이다”라고 했는데, IDEO가 원하는 바와 필요한 바를 구분하려고 애쓰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p.233)

아주 와닿은 내용! 실제로 회사에서 사용자 설문조사를 해도,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분명 불편한 것이 있지만 이를 모르는 경우도 많고, 해결안이나 원하는 바를 모르는 경우는 더더욱 많다.

우리의 역할은 사용자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행동하는 것을 관찰하는 데 있다. 설문조사에서 “편해요”라고 답한 사용자가 실제로는 버튼을 세 번 잘못 누르고 있다면, 그게 진짜 답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앱 사용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공감을 체계화하려는 노력들

공감 능력이 있기에 우리는 직접 경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p.235)

사용자 경험에 한 획을 그은 훌륭한 디자이너 분들도 그들의 경험을 체계화하기 보다는 개인의 ‘직관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IDEO 같은 디자인 회사를 거치면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라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로 발전했다. 관찰하고, 우선 만들어 보고, 실패하는 모습을 관찰해 다시 괜찮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는 프로세스는 꽤 오랜 시간을 거쳐 프로세스로 만들어졌다.

사실 지금의 개발자 입장에서 ‘빠른 실패’는 익숙한 구조이기는 하다(애자일 개발 방법론 등). 하지만 이를 실무에서 직접 적용해본 경험은 없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하며 시도해보고 싶고, 꼭 실제 사용자가 어떻게 쓰는지 관찰하며 공감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 6장 체크리스트

  • 사용자의 불편을 상상이 아닌 경험으로 확인했는가?
  • 사용자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을 관찰하고 있는가?
  • 개발 사이클에 사용자를 직접 관찰하는 단계가 포함되어 있는가?

7장. 인간성을 디자인하다

이 장은 세 가지 다른 각도에서 “인간적인 제품”이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사용자와 관계를 맺는 기계, 장애에서 출발한 혁신, 그리고 AI 시대에서 인간의 자리.

사람은 기계와도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캐피털원 은행이 만든 챗봇 “에노(Eno)”의 사례가 흥미롭다. 에노를 만들 때 단순히 기능만 구현한 게 아니라, 챗봇에 성격을 부여했다. 심지어 의도적으로 결함까지 넣었다고 한다. 완벽하게 매끄러운 답변만 하는 것보다, 가끔 어색하거나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쪽이 사용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된다. 로봇청소기가 문턱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걸 보면 괜히 애잔하고, 이름까지 붙여주게 되지 않나. 사람은 기계에서도 인간적인 무언가를 찾으려 하고, 그런 기계에 더 관대해진다. 앱도 마찬가지다. 사용자가 앱과 “관계를 맺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사소한 버그에도 더 너그러워지고, 더 오래 쓰게 된다. 에러 메시지 하나에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오류코드: 500)” 대신 “앗, 뭔가 잘못됐어요. 다시 시도해볼게요”라고 쓰는 것만으로도 앱의 인격이 달라진다.

장애가 혁신의 동력이 된다

이 장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이 결국 모두를 편리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건물의 경사로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유모차를 끌거나 캐리어를 끄는 사람 모두가 편하게 쓴다. 리모컨도 원래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앱에서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시력이 약한 사용자를 위해 글씨를 키우고 대비를 높이면, 밝은 햇빛 아래서 화면을 보는 모든 사용자가 편해진다. 한 손만 쓸 수 있는 사용자를 위해 하단에 주요 버튼을 배치하면,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있는 사용자도 편해진다. “특수한 상황의 사용자”를 먼저 고려하면, 그 해결책이 보편적인 개선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내 앱에서 가장 불편을 느낄 사용자는 누구인지 먼저 찾아보는 것도 좋은 접근일 수 있겠다.

인간이 주인공이다

마지막으로 AI를 다루는 부분에서, AI의 답변이 객관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내더라도 사용자의 양식(스타일)을 지우지 않는 쪽으로 조정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기술이 사용자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를 돕되 사용자의 개성은 유지하는 것.

이건 앱 설계에서 정말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자동 교정이 사용자의 말투를 바꿔버리거나,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취향을 획일화하거나, AI가 사용자 대신 결정을 내려버리면 — 편리할 수는 있어도 사용자는 “이건 내 것이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기술은 사용자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여야 한다.

💡 7장 체크리스트

  • 앱이 사용자와 관계를 맺는 느낌을 주고 있는가? (메시지 톤, 에러 처리, 성격)
  • 가장 불편을 느낄 사용자를 기준으로 설계했을 때, 보편적인 개선이 되는가?
  • AI나 자동화가 사용자를 돕고 있는가, 대체하고 있는가?

8장. 개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이 장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 사례와 이로 인한 장점, 그리고 주의해야 할 이면까지 다루고 있다.

비행기 면세품에서 출발한 아이디어

비록 사이비 과학이었지만, 조그마한 부속 하나를 우리 몸에 부착암으로써 우리가 더 발전한다는 발상이 굉장히 급진적이기도 했다. 패짓은 이런 손목 밴드를 중심으로 디즈니월드를 완전히 재탄생시키면 어쩔지 곰곰 생각해 보았다. (p.278)

디즈니월드 ‘매직밴드(MagicBand)’의 시작이 흥미롭다. 디즈니 임원이 비행기 면세품 카탈로그에서 본 스마트밴드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디즈니월드는 이 작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손목 밴드 하나로 입장권, 결제, 호텔 룸키, 놀이기구 예약까지 모두 통합해버렸다. 줄 서는 시간은 줄고, 직원이 아이의 이름을 미리 알고 반겨줄 수 있게 됐다.

흘려 보낼 수 있던 아이디어로 그 기업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한 점이 놀랍다. 사용자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경험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만든 점이 인상 깊었다.

더 나아가지 못한 이유 — 조직의 패권 싸움

디즈니에는 이미 이매지니어가 있었다. 별도의 혁신 조직을 또 만들자, 회사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를 수립하는 문제가 더욱 증폭될 뿐이었다. 여러 연구 결과가 증명하듯이, 이른바 이노베이션 랩이라는 혁신 전담 부서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아이디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면 새로운 업무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291)) 책에서 더 인상 깊었던 부분은 따로 있다. 매직밴드가 애초 구상보다 훨씬 축소되어 실현됐다는 것이다. 더 야심찬 아이디어들은 조직 내 각 부서의 이해관계 충돌, 특히 조직 내 혁신을 담당하던 ‘이매지니어’ 팀과 목표를 함께 수립하지 못해 실현되지 못했다고 한다.

솔직히 이 대목에서 ‘한국 기업이랑 크게 다르지 않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무산되는 이유는 기술의 한계보다 조직의 정치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지만, 조직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절반짜리로 끝난다는 교훈은 남는다. 개인 프로젝트를 할 때는 적어도 이 문제가 없으니, 오히려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야겠다.

개인화의 역설 — 친밀함과 침범 사이

주변 기기들의 성능이 점점 좋아질수록 기술은 더욱 예의 바르고 사회적 감수성이 좋아져야 한다. (p.308) 디즈니월드 사례 이후에는 크루즈 여행에서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 사례가 나온다. 개인화 서비스가 잘 작동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데이터를 활용하는 순간, 사용자는 ‘내가 관찰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미묘한 경계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핵심이다. 개인화가 자연스러우려면 사용자가 ‘이걸 어떻게 알았지?’가 아니라 ‘딱 필요한 거네’라고 느껴야 한다. 전자는 불쾌하고 후자는 감동적이다. 둘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지만, 그 한 장이 신뢰를 만들기도 하고 깨뜨리기도 한다.

앱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때 ‘이걸로 무엇을 더 편하게 해줄 수 있는가’를 중심에 놓지 않으면, 아무리 정교한 추천도 광고처럼 느껴진다. 서비스의 제안이 무례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할 것 같다.

과도한 개인화가 고립을 만든다

지금껏 우리는 사용자에게 공감하는 마음을 상업화해 사용자 친화적인 세상을 일구었는데, 정작 그 세상은 사용자들의 공감력을 키우지 않고 오히려 방해한다면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p.315)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지점은 개인화가 과해지면 오히려 사용자를 고립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각자 완벽하게 맞춤화된 경험을 하다 보면, 공통의 경험이 사라진다. 필터 버블 문제와도 연결된다.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하는 것만 보여줄수록, 나는 점점 더 좁은 세계 안에 갇힌다. 개인화는 사용자를 위한 것이어야 하지, 사용자를 가두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이건 앱을 만들면서 항상 의식하고 있어야 할 긴장감이라고 생각한다.

💡 8장 체크리스트

  •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가 사용자에게 침범이 아닌 편의로 느껴지는가?
  • 개인화 기능이 조직 내 합의 없이 반쪽짜리로 구현되지는 않았는가?
  • 개인화가 사용자를 더 넓은 경험으로 안내하는가, 아니면 가두고 있는가?

9장. 편리성의 함정

이 장은 앞선 장들보다 조금은 무겁게 읽었다.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이 어떻게 사람을 돕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사람을 중독시키고 능력을 갉아먹는지를 다룬다. 읽으면서 개발자이기 이전에 사용자로서 먼저 경계하게 됐다.

스키너에서 포그로 — 행동을 설계하는 원리

이 중 어떤 게임이 유독 흡인력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포그는 이 원리를 단 세 가지 요소로 압축했다. 바로 동기, 계기, 능력이다. … 사용자에게 행위를 유도하려면, 그저 적시에 계기를 보내고 사용자가 최대한 쉽게 반응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p.332)

교육공학을 전공했다 보니 스키너의 행동주의는 익숙한데, 이 책에서 만나니 조금은 반가웠다. 스키너는 인간의 내면이나 동기는 블랙박스로 두고, 자극과 반응이라는 관계에만 집중했디. 그런데 그 스키너가 포그의 세 가지 원리(동기, 계기, 능력)로 이어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용자 친화 디자인이라는 복잡해 보이는 노력이 결국 ‘어떤 자극을 언제, 얼마나 쉽게 줄 것인가’라는 꽤 단순한 문제로 귀결된다.

스키너는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하면서 내면의 삶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시각으로만 앱을 설계하면, 결국 사용자를 반응하는 존재로만 다루게 된다. 유입과 재방문을 끌어내는 것과 사용자의 삶을 실제로 돕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앱을 만들 때 이 둘을 혼동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시 생각했다.

편리함이 만들어낸 공감의 무기화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은 사용하기 쉽기 때문에 우리는 최악의 모습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다. (p.339)

이렇게 데이터가 우리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 선택이 우리의 뜻일까? (p.346)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었다. 공감을 표현할 수 있는 단순한 수단이 만들어지자, 가짜 뉴스가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분노하거나 놀라운 콘텐츠는 공감을 잘 끌어내고, 공감을 많이 받은 콘텐츠는 더 넓게 노출된다. 나의 잘못된 판단이 타인의 공감을 통해 ‘옳은 것’으로 강화되는 구조다.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 편리함이 때로는 우리의 가장 충동적인 반응을 가장 쉽게 꺼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나의 선택이 정말 나의 선택인가?’라는 질문을 읽으면서 선택을 내림에 있어서 좀 더 나만의 사고를 거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화의 역설 — 편해질수록 약해진다

자동화의 역설은, 인간의 능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고안된 자동화 방법 때문에 실제로는 우리 능력이 점차 떨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p.349)

이 부분에서는 최근 나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업무할 때 AI 사용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AI가 답을 내줄수록 내가 직접 생각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편해지는 건 맞는데, 그게 내 능력을 유지하면서 편해지는 건지, 능력을 갉아먹으면서 편해지는 건지는 다른 문제다.

개발자로서도, 사용자로서도 이 긴장을 의식해야 할 것 같다. AI가 생성한 코드가 정말 맞는지 검토하는 능력, AI의 답을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읽는 습관을 갖자. 편리함에 기댈수록 이것들을 의도적으로 지켜야 한다.

사용자의 능력을 높여주는 서비스를 만들자

사용자 친화성의 역설을 해결하는 일도 비슷한 노력이 들 것이다. 기계들은 인간의 상위 가치를 존중하고 따라야 하며, 함부로 그 가치를 갉아먹어서는 안 된다. (p.351)

마지막 인용구를 읽을 때는 다시 개발자의 눈으로 돌아왔다. 내가 어떤 서비스를 만들든, 그 서비스가 사용자를 더 편하게 하면서 동시에 사용자의 능력을 깎아내리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지 물어야 한다. 단순히 중독성 있는 앱이 아니라, 사용자가 쓸수록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앱을 목표로 삼고 싶다.

💡 9장 체크리스트

  • 앱이 유입과 재방문을 끌어내는 방식이 사용자의 실제 삶과 연결되어 있는가?
  • 편리함이 사용자의 충동적인 반응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지는 않았는가?
  • 서비스가 사용자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가, 아니면 의존하게 만드는가?

10장. 디자인과 인간이 나아가야 할 길

마지막 장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묶으면서, 앞으로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디자인의 기회는 오히려 커진다는 것, 그리고 그 방향이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인간의 더 깊은 욕구를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은 더 이상 물리적 형태에 갇히지 않는다

지금은 디자이너들이 사용자 친화적인 물건을 만든다고 해도 물리적인 형태를 갖추지 않은 물건일 때가 더 많다. 하지만 매직 버스 티켓팅 시스템에서 알 수 있듯이, 디자인 기회가 줄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기회는 더 커졌다. 점점 발전하는 기술력을 활용하면 사용자 친화적인 각종 시스템에 아직 남아 있는 번거로운 요소들을 매끈하게 다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p.365)

이 장에서는 케냐의 버스 시스템을 개선한 사례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버스에 무선인터넷과 작업 공간을 만드는 등 물리적인 개선을 기획했다. 하지만 정작 효과적이었던 건 버스 구조를 바꾸는 게 아니었다. 대기 시간을 줄이고, 현금 소지로 인한 강도의 위협을 없애는 새로운 티켓팅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이런 사례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입장에서 참 반갑다☺️ 이제 사용자를 위한 혁신이 반드시 물리적인 형태일 필요는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경험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오히려 디자인에 발을 들이려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기회가 더 넓어졌다고 느꼈다.

광고보다 경험이 먼저다

새로운 경험으로 제품을 뒷받침하지 않는 한, 아무리 광고해도 그 제품은 팔리지 않습니다. (p.367)

이제는 사용자에게 선택권이 넘쳐난다. 검색으로 비교하고, 직접 설치해서 며칠 써볼 수도 있다. 아무리 입소문을 타든 광고를 하든, 실제로 쓰는 순간 경험이 나쁘면 삭제된다. 마케팅보다 앱 자체가 먼저라는 당연한 사실을, 이 문장이 다시 한번 선명하게 정리해준다.

편리함을 넘어 — 사용자의 상위 욕구로

사용자 경험 분야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면, 당장의 호불호뿐 아니라 상위의 욕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의 기초를 이루던 은유를 바꿔야 한다. (p.377)

이 문장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결론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사용하기 쉽게 만들자’는 것을 핵심으로 삼아왔다. 그런데 9장에서 봤듯이, 사용하기 쉬운 것이 항상 좋은 건 아니다. 다음 단계는 편리함을 당연히 갖추면서, 거기서 더 나아가 사용자가 더 나은 판단을 내리고, 더 잘 성장하고,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개발자로서 이 책을 읽고 남는 질문이 하나 있다. 내가 만들 앱이 사용자의 어떤 욕구를 채워줄 것인가? 단순히 편하게 해주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을 붙들고 앱을 만들어가야겠다.

💡 10장 체크리스트

  • 내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물리적 형태가 아닌 경험의 흐름 차원에서 접근되고 있는가?
  • 앱이 마케팅 없이도, 경험 자체로 사용자를 붙잡을 수 있는가?
  • 이 앱이 사용자의 더 나은 판단과 성장을 돕고 있는가, 단순히 편리함만 제공하는가?

참고자료

  • 클리프 쿠앙, 로버트 파브리칸트, 『유저 프렌들리』, 청림출판, 2020